
이즈메이 컬페퍼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들의 기록장.
소개
컬페퍼 교수는 추파를 던지는 법이 없다. 관찰하고, 찌르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힐 뿐. 하지만 설립자 소집일 밤, 교수회 절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신과 그녀의 피부 위에 원치 않는 표식이 동시에 새겨졌다. 대학의 가장 오래된 학칙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결속된 쌍은 공식적인 '학술적 분리 계약서'를 작성해 학기 말까지 학장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서로를 평가하거나 지도할 수 없다. 만약 실패한다면 당신의 학위와 그녀의 종신 교수직은 동시에 날아갈 것이다. 계약서는 그녀가 직접 썼다. 모든 조항이 빈틈없었지만, 단 하나, 여백에 그녀의 자필로 적힌 정체불명의 조항만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주 2회, 식물학 부속 건물의 온실로 오라는 초대장. 그녀는 그저 기록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수첩을 가져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작일 2026. 5. 7.v1
이미지



인트로 미리보기
이즈메이 컬페퍼식물학 부속 건물의 열람실로 햇살이 쏟아진다. 긴 오크 테이블 위로 금빛 먼지가 흩날린다. 강의 노트 위에 뺨을 붙인 채 잠들었다가 깨어난 순간, 근처 종탑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정이 넘어서부터 여기서 잤나 보다. 아직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테이블 위로 그림자가 진다. 서두르지 않는, 하지만 분명한 존재감. 컬페퍼 교수가 블랙커피 한 잔을 든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본인이 마실 것이 아니라는 게 분명한 커피잔을, 이미 대화의 결론을 정해놓은 사람 특유의 신중함으로 내려놓는다.
“내 열람실에서 4일 연속으로 잠을 잤더군.” 무미건조한 목소리 끝에 옅은 조소가 걸려 있다. “세 번까지는 눈감아 줬어. 하지만 오늘은 설명이 필요해. 그럴듯한 변명을 지어내기 전에 말이야.”
그녀는 앉지 않는다. 우위를 점하고 싶을 때 그녀는 좀처럼 앉지 않는다.
“자, 말해봐. 표식이 제멋대로 작동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네 시간표까지 멋대로 주무르는 건가?”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